제주올레 3코스는 온평포구를 시작으로 표선해비치해변까지의 코스이지만, 시작점을 지나면 A코스와 B코스로 나뉘게 된다.
A코스는 약 20.9km에 걸친 중산간 길의 고즈넉함을 느낄 수 있는 코스로 6~7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중산간 길의 양옆으로 심어진 나무와 돌담들을 벗 삼아 쭉 걷다 보면 물건을 담는 통 모양을 닮은 통오름을 만나게 된다. 작은 오름이라 곱게 피어있는 야생화와 방목되어 있는 말들을 보면 쉽게 오를 수 있다. 특히 가을에는 넓게 펼쳐진 억새꽃과 초록의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통오름을 내려와 도로를 따라가면 금세 독자봉이 나오는데, 통오름과는 다르게 솔 숲 같이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 시원하게 오를 수 있다.
독자봉을 내려오면 김영갑갤러리 두모악이 나온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 이름이다. 작가는 1985년 제주에 정착해 루게릭병으로 2005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제주에 살며 오직 제주만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해마저 갤러리 정원에 뿌려졌으니, 그의 제주 사랑은 영원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건물 내부에도 구석구석에 작가의 숨결이 묻어있는 듯하다. 두모악을 지나 배가 고파 푹 꺼졌다고 하여 ‘배고픈 다리’라는 이름을 가진 다리를 지나면 마지막 도착지인 표선해비치 해변에 다다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