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9코스는 작지만 정겨운 대평포구에서 시작해 화순금모래해변까지 이어지는7.5km의 길로 약 3~4시간이 소요된다. 빨간 소녀 등대가 있는 대평포구 바로 옆에는 130m 높이의 깎아지른 절벽인 박수기정이 장엄하게 서있다. 포구에서 말이 다니던 ‘몰질’을 따라가다 보면 박수기정 위의 드넓은 초원이 나오는데, 이 초원에서 바라보는 대평마을과 제주 바다의 모습이 가히 환상적이라 할 수 있다. 품질 좋은 제주의 조랑말을 박수기정 위에서 키워 물질을 통해 대평포구에서 배에 실어 원나라로 보냈다고 한다.
초원과 이어지는 보리수가 우거진 볼레낭길을 지나면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닮은 월라봉이 자리 잡고 있다. 월라봉 중턱쯤에는 조선시대 외적의 침입을 감시하기 위해 쓰던 통신수단인 봉수대가 있으며, 봉수대부터는 소를 방목하는 목장이 이어진다. 길을 가다가 소를 마주치게 되더라도 다가가면 소가 스스로 길을 피해 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중간에 동굴 진지도 보고 푸르른 잎들과 활짝 핀 야생화들과 함께 걷다 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되는데, 마라도와 가파도 그리고 형제섬과 송악산에 이어 산방산까지 보이는 전망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신세계를 선보일 것이다.
월라봉에서 내려오면 깊고 울창한 절경을 간직한 안덕계곡을 만날 수 있다. 계곡을 둘러싼 난대림은 제주 원시의 모습을 간직하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을 정도로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손꼽힌다.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간직하며 여러 드라마가 촬영됐을 정도로 기암절벽과 함께 맑은 물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다. 안덕계곡에서 빠져나와 좀 더 걷다 보면 금빛 모래가 펼쳐지는 화순금모래해변에서 올레 9코스가 끝이 난다. 제주올레 9코스는 다른 코스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중간에 절벽인 박수기정과 오름인 월라봉이 있어 쉽지 않은 코스이다. 가는 내내 산방산이 보여 경관이 좋지만 잘 정비된 길이 아닌 나무로 뒤덮인 좁은 돌 길도 있어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